미 법원, 펜타곤의 앤스로픽 블랙리스트 지정 제동

미국 연방법원이 국방부의 인공지능 기업 앤스로픽(Anthropic) 제재 조치에 제동을 걸었다.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 리타 린 판사는 27일(현지시간)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supply-chain risk)’으로 지정해 연방 계약 대상에서 배제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결정을 무효화하고, 미군 계약업체와 공급업체가 앤스로픽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한 추가 조치도 취소했다. 판사는 해당 조치가 “자의적이고 변덕스러우며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으로 국방부와 재무부, 국무부, 국토안보부 등 9개 기관이 앤스로픽에 부과한 제재도 함께 해제됐다. 다만 법원은 국방부가 반드시 앤스로픽의 AI 모델을 사용해야 한다고 본 것은 아니며, 다른 모델을 선택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즉각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항소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분쟁은 올해 초 국방부와 앤스로픽이 약 2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두고 협상하던 과정에서 불거졌다. 국방부는 앤스로픽의 ‘클로드(Claude)’ 모델을 군사 분야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양측은 모델 사용 범위를 둘러싸고 충돌했다. 앤스로픽은 치명적 자율무기나 대규모 감시 시스템에 대한 지원을 제한해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헤그세스 장관은 계약 이후 기술 활용 방식에 대한 제한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협상이 결렬되자 국방부는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했다. 당시 국방부는 앤스로픽이 분류 정보가 담긴 시스템에 접근할 경우, 전시 등 비상 상황에서 기술을 비활성화하거나 변경할 가능성이 있어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앤스로픽은 국방부가 이념적 이유로 수정헌법 1조와 5조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린 판사는 판결문에서 정부가 앤스로픽의 첨단 모델을 검토하고 협력 가능성을 논의해온 점을 언급하며, 국가안보를 해칠 사보타주 우려와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앤스로픽은 성명을 통해 “이번 공급망 위험 지정이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을 환영한다”며 “국가안보를 위해 정부와 생산적으로 협력하는 데 계속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성진 메타브리프 기자 sieghaf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