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0명 중 7명 “성범죄 신고하면 2차 피해 우려”…피해자 40%는 침묵

직장인 10명 중 7명 이상이 일터에서 성범죄를 신고할 경우 2차 피해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응답자 가운데 40%는 참거나 모르는 척하며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직장 내 성범죄가 드러나지 않은 채 묻히는 구조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일부터 7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 내 성범죄 경험 및 2차 피해 인식’ 조사 결과를 6일 발표했다. 조사에서 응답자의 72.3%는 직장 내 성범죄를 신고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면 2차 피해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2차 피해를 우려하는 이유로는 보호 조치와 제도 미작동이 가장 많이 꼽혔다. ‘가해자와의 분리 조치나 피해자 보호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37.2%로 가장 높았고,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있어서’가 36.2%, ‘가해자에 대한 징계나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아서’가 30.2%로 뒤를 이었다.
조사에서는 주변에서 벌어진 피해 사례가 다른 직장인들의 신고 의사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료의 2차 피해 상황을 목격했을 때 향후 자신의 문제 제기 여부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응답은 65.4%에 달했다. 피해를 신고한 뒤 오히려 불이익을 겪을 수 있다는 인식이 조직 전반에 퍼져 있다는 의미다.
실제 피해 경험도 적지 않았다.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은 20.3%였으며, 이들 가운데 피해 후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는 응답이 40.9%였다. 성희롱 가해자로는 직속 상급자가 32.5%로 가장 많았고, 비슷한 직급의 동료가 23.6%, 사용자가 14.8%로 조사됐다. 이 밖에 성추행·성폭행을 겪었다는 응답은 15.4%, 스토킹 피해 경험은 13.9%로 집계됐다.
직장 내 안전망에 대한 신뢰도 높지 않았다. 회사가 성범죄로부터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해 줄 것이라고 믿는 응답자는 59.2%에 그쳤다. 직장갑질119는 “법에 피해자 보호와 행위자 징계 등 의무가 규정돼 있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성범죄를 개인 간 갈등으로 치부하거나 신고자를 문제를 일으킨 사람으로 취급하는 조직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가해자 징계뿐 아니라 피해자의 안전한 복귀와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춘 사후 모니터링과 조직문화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직장 내 성범죄가 단순한 개인 피해를 넘어, 신고 이후의 불이익 우려와 조직 문화 문제로 인해 은폐되기 쉬운 현실을 보여준다.
김성진 메타브리프 기자 sieghaf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