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경쟁, 차량서 도시로…"기술은 서비스 안에서, 서비스는 도시 안에서 완성"

자율주행 산업의 경쟁 축이 차량 자체의 주행 성능에서 도시 단위의 서비스 운영으로 옮겨가고 있다. '차가 스스로 달릴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넘어 '어떻게 일상에서 쓰이게 할 것인가'가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면서, 안전성 검증과 도시 인프라, 제도 정비까지 경쟁의 범위가 넓어졌다.
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6 글로벌 모빌리티 콘퍼런스'에서는 자율주행의 일상화를 위한 기술·서비스·제도 전환이 핵심 화두로 다뤄졌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TS),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교통포럼(ITF)이 공동 개최한 이번 행사에는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와 스티븐 한 웨이모 전무, 가우라브 아가왈 엔비디아 수석 디렉터가 차례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류 대표는 자율주행 상용화를 '기술-서비스-도시' 세 단계로 구분했다. 기술 단계가 차량의 주행 능력을 묻는다면, 서비스 단계에서는 승객이 호출부터 배차·승차·결제에 이르는 실제 이동 과정에서 이를 이용할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도시와의 융합으로, 수백에서 수천 대의 자율주행차가 들어와도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인프라와 제도, 운영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은 서비스 안에서 완성되고, 서비스는 도시 안에서 완성된다"고 말했다.
실제 도시에서는 차량 밖의 문제가 상용화를 좌우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서울 강남 일대 약 700㎞ 도로와 2000여 개 승하차 지점을 분석한 결과, 합법적으로 승객을 태우고 내릴 수 있는 구간은 약 16㎞로 전체의 2.3%에 그쳤다. 차량의 판단 능력만이 아니라 도로 공간과 운영체계까지 서비스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율주행을 별도 서비스로 떼어내지 않고 기존 이동 서비스 안에 넣는 방식을 시험 중이다. 강남에서 19대를 구역형으로 운영하고, 서울 11개 노선에서는 심야 등 공급이 부족한 시간대에 노선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별도 앱 설치나 가입 절차 없이 기존 호출 과정에서 자율주행차를 이용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미 대규모 상용 서비스에 들어간 웨이모는 안전과 신뢰를 확장의 전제로 내세웠다. 스티븐 한 전무는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피닉스, 오스틴, 애틀랜타, 마이애미 등에서 매주 50만 회 이상 완전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운전자 없이 하루 24시간 주 7일 운행한다고 밝혔다. 안전성 근거로는 사람 운전자와 비교해 에어백이 전개되는 사고가 94%, 부상 사고와 중상·사망 사고가 각각 82% 감소했다는 운행 데이터를 제시했다. 한국에서는 현대자동차와 협력해 아이오닉5에 6세대 '웨이모 드라이버'를 적용하고 있다. 6세대는 겨울철 주행과 열 관리, 강수 상황 대응 성능을 강화했다. 한 전무는 도쿄와 런던 등으로의 확대 계획을 설명하며 "한국에도 꼭 오고 싶다"고 말했고, 이어진 비전토크에서는 "우리가 가장 바라는 것은 명확한 규칙"이라며 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자율주행 AI의 다음 단계로 '물리 인공지능(Physical AI)'을 꼽았다. 가우라브 아가왈 수석 디렉터는 인식 중심 AI가 생성형 AI와 에이전틱 AI를 거쳐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행동하는 물리 AI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도로에 뛰어든 보행자를 인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황을 이해한 뒤 다음 행동을 판단해 실시간으로 실행하는 방식이다. 관건은 데이터다. 어린이가 갑자기 뛰어들거나 앞차에서 적재물이 떨어지는 돌발상황은 반복 수집이 어렵고 위험하다. 엔비디아는 확보한 희귀 사례를 가상환경으로 옮긴 뒤 생성형 AI로 변형해 학습 데이터를 최대 1000배까지 늘리는 방식을 쓴다. 차량 내부 추론용 컴퓨터와 AI 데이터센터,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연결해 실제 주행에 앞서 다양한 상황을 학습시키는 구조다.
정부도 도시 단위 실증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국토부는 광주 전역을 하나의 실증공간으로 삼아 정해진 노선이 아닌 복잡한 도심에서 주행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자율주행 AI 학습에 개인정보가 포함된 원본 영상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내년에는 실증 지역을 여러 도시로 확대할 계획이다. 박준형 국토부 모빌리티자동차국장은 "상용화는 기술적으로 차량 몇 대가 달리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국민이 일상적인 이동에서 실제 교통서비스로 이용하고, 운전 능력이나 여건과 관계없이 누구나 제한 없이 이동할 수 있는 상태까지 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성진 메타브리프 기자 sieghaf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