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디지털제품여권 앞두고 섬유·패션업계 대응 속도…공급망 데이터화 확산

유럽연합(EU)이 섬유·의류 분야에 디지털제품여권(DPP) 도입을 예고하면서 국내 섬유·패션업계가 공급망 데이터 관리와 IT 인프라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한 친환경 규제 대응을 넘어 제품 생산부터 유통, 사용, 폐기까지 정보를 디지털로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해지면서, 업계 전반의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는 모습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DPP는 제품의 원재료, 생산공정, 유통, 재활용, 환경 영향 등을 디지털화해 QR코드 등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EU는 에코디자인 규정(ESPR)에 따라 제품군별로 DPP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섬유·의류 분야는 내년 2월 시행이 예정돼 있다. 탄소 배출량 등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정보 공개 요구가 강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브랜드와 거래하는 국내 기업들도 대응 체계 마련에 나서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공급망 추적과 데이터 표준화에 집중하고 있다. 신원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제품 및 공급망 추적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축적해 글로벌 바이어의 공급망 관리 요구와 ESG 기준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한세실업도 공급망 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해 원단과 원부자재, 생산공정, 협력업체 등 전반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내부 DPP 대응 시스템을 마련했고, 한섬은 타임·시스템 등 유럽 진출 브랜드를 중심으로 물류센터별·시즌별·연차별 재고와 원자재 물동량을 관리하는 데이터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정부도 업계 지원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섬유산업연합회, FITI시험연구원과 함께 국내 섬유패션기업을 대상으로 DPP 도입 지원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다. 정보 수집부터 등록, 구현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으며, 제품 공급망과 유통, 재활용, 환경영향 정보를 DPP 시스템에 등록하는 작업과 QR코드·태그 제작도 돕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응이 단순한 규제 준수를 넘어 생산·공급망 관리 방식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섬유·패션 제품은 원사, 가공, 봉제 등 생산 단계가 복잡하고 협력업체도 많아 정보가 분산되기 쉽다. 이에 따라 수기 작성이나 개별 관리에 머물던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를 통합·표준화하는 작업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DPP 대응은 흩어진 정보를 모아 체계화하는 작업이 핵심”이라며 “ESG 대응과 함께 IT 인프라와 공급망 관리 역량 고도화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진 메타브리프 기자 sieghaf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