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10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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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선 필더의 엘리자베스 홈즈 다큐, 오스카 판도 흔든다… A24, 90년 기록 정조준

미국 텔루라이드 영화제에서 사흘간 정체를 숨긴 채 예고됐던 '비밀 상영작'의 실체가 공개됐다. 네이선 필더와 랜스 오펜하임이 공동 연출한 엘리자베스 홈즈 다큐멘터리 '유 캔 시 에브리싱(You Can See Everything)'이었다. 배급사 A24는 상영과 동시에 티저를 공개하고 10월 극장 개봉을 발표했다. 174분 분량의 이 논픽션 대작은 곧바로 올해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경쟁작으로 자리를 잡았다.


상영 당일 베르너 헤어초크 극장 앞에는 영화제 기간 중 가장 긴 줄이 늘어섰다. 관객 휴대전화는 잠금 파우치에 봉인됐고, 야간투시경을 착용한 보안 요원들이 객석 통로를 돌았다. 프로그래머는 무대에 올라 "내용을 유출하는 사람은 더 이상 사랑받지 못한다"고 반쯤 농담 섞인 경고를 남겼다. 상영이 끝난 뒤 관객들 사이에서는 "거칠다", "도대체 뭘 본 건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오갔고, 이는 모두 호평의 의미로 통용됐다.


영화는 홈즈가 수감을 34일 앞둔 시점에서 시작된다. 유죄 판결을 받은 테라노스 창업자가 회의적인 제작진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하도록 허락하면서다. 한 명의 중범죄자를 담으려던 기획은 3년에 걸친 기록으로 늘어났고, A24는 이를 "심연으로 들어가는 여정"이라고 소개했다.


할리우드가 테라노스 사건을 다룬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9년 알렉스 기브니 감독의 '더 인벤터'가 있었고, 훌루 드라마 '드롭아웃'은 어맨다 사이프리드에게 에미상을 안겼다. 애덤 매케이가 제니퍼 로런스를 주연으로 준비하던 영화는 촬영 전에 무산됐다. 다만 두 연출자가 홈즈에게 접근한 방식은 이전 작품들과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필더는 '더 리허설' 시즌 2로 피버디상과 에미상 각본상 후보에 오른 논픽션 연출자로, 이번이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오펜하임은 로버트 패틴슨 주연 극영화 '프라임타임'을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선보인 데 이어 '섬 카인드 오브 헤븐', '렌 페어' 등 논픽션 경력을 갖고 있다. 촬영은 데이비드 볼렌이 맡아 4:3 화면비와 롱 줌 렌즈를 활용했고, 필더와 20년간 협업해온 애덤 로크노턴이 편집을, 아리 발루지안이 음악을 담당했다.


작품은 실화 범죄물이라기보다 관객이 진심과 연기를 구별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통제된 실험에 가깝다는 평이다. 필더는 카메라 뒤에만 머물지 않고 화면 안으로 끌려 들어와, 자신이 속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가늠하는 불안정한 중심축이 된다.


다만 수상 경쟁의 걸림돌도 뚜렷하다.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부문은 연출자가 전면에 나서는 참여형·코미디 성향의 논픽션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어디까지가 '연출된' 장면인지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버라이어티는 영화 속 중심 연기가 아카데미 연기상 자격 요건은 충족하지만 미국배우조합상(SAG) 대상은 아니라고 확인했다. 유죄 판결을 받은 인물에게 무대를 내줬다는 비판도 캠페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A24 내부에서는 다큐멘터리 부문의 진입 장벽을 감안해 작품상 후보 진입을 노리는 기류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카데미 98회 역사상 다큐멘터리가 작품상 후보에 오른 적은 없다. 2009년 후보를 최대 10편으로 늘리며 논픽션과 애니메이션의 경쟁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17년이 지나도록 다큐멘터리 사례는 없었고 애니메이션도 세 편뿐이다.


동시에 A24는 여름 흥행작 '더 인바이트', 칸 화제작 '클럽 키드', 텔루라이드 공개작 '더 데뷔' 등을 보유하고 있어 단일 스튜디오 최다 작품상 후보 기록에도 시선이 쏠린다. 현재 기록은 1937년 제9회 아카데미에서 5편을 올린 MGM이 갖고 있다. 당시 아카데미는 후보를 10편까지 뒀고, MGM은 '위대한 지그펠드'로 3관왕을 차지했다. A24는 토론토에서 공개될 크리스 록의 '미스티 그린'도 남겨두고 있다.


10월 개봉은 고담 어워즈, IDA 다큐멘터리상, 크리틱스 초이스, 시네마 아이 아너스, 미국감독조합 다큐멘터리상 등 가을 시상식 일정을 활용하기에 충분한 시점이다. 티저에서 홈즈는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약속할 수 있다"고 말한다. 텔루라이드 상영이 끝나고 불이 켜졌을 때, 그 말을 믿어야 할지 확신하는 관객은 많지 않았다.



김성진 메타브리프 기자 sieghaf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