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21 우수 귀농귀촌 20人을 만나다⑩'지리산필봉양봉' 황현묵·최순애
내 나이가 어때서... 컴퓨터 배워 온라인 판매 '척척'

도시에서 사업 성공했지만 남는 건 위장병뿐
"귀농한 이유요? 오랫동안 시장에서 장사만 하게 되면, 마음에 여유가 없어지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또 새벽 1시에 일어나서 저녁 9시까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제시간이 없지요. 젊었을 적엔 그도 괜찮았는데 점차 몸에 변화가 오기 시작하는데, 위장병이 생겨 오랫동안 고생했습니다. 결국 사업을 접고 시골로 내려가자는 결심을 했지요. 아내와도 자주 나누던 이야기라 자연스럽게 전국으로 귀농지를 알아보러 다녔습니다."
결심을 굳힌 황현묵 대표는 사업을 접고 아내와 함께 한 달도 넘게 전국을 돌아다녔다. 결국 아내의 고향인 산청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귀농지를 정한 황 대표는 양봉을 하기 위해 양봉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귀농에 대해 알아보면서 보니 양봉이 수익이 좋아 보였습니다. 귀농하고 나서도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은 없었지만, 기왕 할 거면 수익이 좋은 것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유기농 공부와 도시농업 관리사 등의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국가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지금도 계속 공부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주위에서는 그런 공부들이 무슨 상관이냐고 하지만 교육을 받다 보면 도움이 되더군요."
또 그는 귀농인을 위한 지원정책도 잘 활용했다.
"요즘 귀농귀촌인을 위해 지자체별로 제도가 잘 마련돼 있습니다. 처음에 농업 자금을 받았고, 저온 창고도 국가에서 50%, 내가 50%씩 반반 부담해서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지원금도 잘 알아보고 받아야 합니다. 국가에서 50%를 대준다고 해서 욕심을 부리면 안 됩니다. 결국 지원금은 50%일 뿐 나머지 50%는 농가에서 부담해야 하거든요. 그리고 한번 받으면 3년 유예가 되기 때문에, 정작 필요할 때 지원을 못 받을 수도 있습니다. 꼭 필요한 것만 알맞게 받는다면 국가의 지원은 많은 편입니다."

황현묵 대표는 귀농귀촌 하는 사람들에게 제일 권하는 것은 지역 주민들과의 융화다.
"지역에 오면 정보가 가장 필요합니다. 이는 지역 주민들과 어우러질 때 얻을 수 있지요. 주민들과 융화되려면 연합회에 가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서로 정보도 얻고 일도 돕지요. 그중 귀농귀촌 연합회에 가입하면 각 분야 귀농귀촌인들을 모두 만날 수 있습니다. 지역 사람들과 어울리고 정보를 교환하다 보면 웬만한 농업 지식과 노하우를 알게 됩니다."
황 대표는 현재 양봉에 가장 관심이 높다. 해보니 수익도 좋고 적성에도 딱 맞았다.
"10년~20년씩 벌 키운 사람들에게 배웠습니다. 처음에는 돈도 못 받고 일만 하다 오곤 했지요. 안 해본 일을 하니 매우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산청에서 양봉교실을 열었습니다. 좋은 기회라 생각해 바로 접수했지요. 그곳에서 새로운 양봉 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이 교육을 통해 양봉 동기(?)들을 구성했다. 서로 정보도 공유하고 새로운 농법에 대해 알아내면 공유했다. 또 누군가 양봉 문제로 애로사항을 겪으면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궁리해 해결하기도 했다.
"산청 양봉교실 동기들끼리 단합이 잘됩니다. 저희끼리 늘 하는 말은 좋은 꿀을 생산해 보다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들 선보여 꿀이 예전처럼 인기를 되찾게 만들고자 하는 것이 동기들과 저의 희망사항입니다."

황현묵 대표는 양봉 판로도 새롭게 개척했다. 귀농귀촌 연합회에서 열리는 장터를 십분활용했다. 또 온라인 판매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저희 세대에 컴퓨터를 배운다는 것은 쉽지 않지요. 하지만 요즘은 온라인 판매가 대세입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활동이 늘어 나면서 꿀 판매 역시 온라인 주문이 급격히 늘었습니다. 온라인으로 판매를 하려면 당장 컴퓨터 활용 능력이 필요했지요. 주위에 양봉 후계농들을 보면 온라인 판매를 잘하더라고요. 저도 뒤처질 수 있나요. 속성으로 컴퓨터도 배우고 온라인 유통이나 홍보 마케팅도 배웠습니다. 청년 농부들 감각을 따라갈 수 없지만, 저는 지금의 상황에 만족합니다."
또 부산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황현묵 대표에게 마케팅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그간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홍보를 하는 한편, 판로 역시 직판으로 돌리니 매출 대비 순수익도 다른 농가보다 높다.
"청춘을 바쳐 시장에서 일했던 노하우가 귀농해서도 발휘되니 뭔가 뿌듯하더라고요. 제 나이 또래 귀농인들은 성실히 작물 재배는 잘해도 판매, 마케팅에 부딪히거든요. 저는 판로만큼은 자신이 있습니다."

어느덧 산청에 자리를 잡은 황현묵 대표는 그간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과 융화였다.
"저는 제법 빨리 자리를 잘 잡은 상태입니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예부터 지역에 살고 있던 사람들, 즉 토박이 분들하고 융화를 잘 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소통을 잘 해야 하는데, 소통하는 것이 사실 굉장히 어렵습니다."
황 대표가 고충을 토로하자 옆에서 지켜만 보고 있던 최순애 씨가 한 마디 거들었다.
"시골 인심이 좋다고들 하는데, 그렇게 받아들여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죠. 먼저 다가서려 해도 굉장히 힘듭니다. 쉽게 생각하면 힘들어요. 저희는 반드시 지역 주민들과 친해져야겠다는 고집을 꺾고 오히려 본 마을과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어요. 이렇게 서로 조금 떨어져서 돕고 정보를 나누는 것이 오히려 좋더라고요."
또 황 대표는 '일단 지역에 가면 만나는 사람마다 무조건 인사하고, 안 좋은 소리 들으면 사과하면 된다'며 말을 이었다.
"하루에 열번 만나도 열번 인사하고, 늘 감사를 표했습니다. 또 마을 어르신이 어디를 가고 싶다고 의사를 표현하면 선뜻 모셔다드리기도 했지요. 꿀도 동네 분들에게 조금씩 나눠주기도 했지요. 지속적으로 노력하다 보니 지금은 먼저 반가워하고 '고맙다'라고 하십니다. 제가 먼저 베풀고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다면, 결국 돌아오게 돼 있습니다."
이재욱 기자 pointe@thekpm.com